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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정보/맛집

[회심] 제주에서 마음까지 녹는 한 그릇 – 회심(回心)에서 먹은 소바, 덮밥, 초밥 이야기

by 양이의 한입산책 2025.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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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왔는데, 이상하게 입맛은 자꾸 국물 있는 음식을 찾게 되더라고요.
특히 바닷바람 쐬고 나면,
뜨끈~하고 쫄깃한 면발이 국물에 퐁당 빠진 한 그릇,
그런 게 간절해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제주시 아봉로를 걷다가 딱 봐도 조용하고 단단한 분위기의 가게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회심(回心)’ 음식점 이름 치곤 뭔가 철학적이고, 진중한 느낌.
“어디선가 마음을 돌이킨다는 뜻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혹시 이 우동 한 그릇이 내 마음까지 돌려놓는다는 뜻인가?”

하는 기대감도 생겼어요 😌

뭐, 그렇게 호기심 가득 안고 발을 들여봤죠.
그 순간부터 이미 반은 만족했어요.


🪵 매장 분위기 – 조용하지만 따뜻한, 우동이 잘 어울리는 공간

가게 내부는 그야말로 '담백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공간이에요.
크지 않은 면적,
자연스러운 조명,
따뜻한 나무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그 위에 정갈하게 놓인 수저와 메뉴판.

딱 들어가면 왠지 말수 줄어드는 분위기예요.
“아 여기선 괜히 큰 소리 내기 미안하다…” 싶은 조용한 집중감.
그렇다고 딱딱하거나 불편하진 않고,
오히려 뭔가 일본 어느 골목에 있을 것 같은 우동 전문점의 정갈한 무드가 흘러요.

특히 오픈 키친 바로 앞 바 테이블에 앉으면
면이 삶아지는 냄새,
육수가 끓는 보글보글한 소리,
그리고 조용히 요리하는 셰프님의 손놀림까지
그 모든 게 진짜 '한 그릇'을 대하는 정성과 집중이 느껴지는 순간들이더라고요.

또 하나 좋았던 건,
손님 간 간격이 넓게 배치되어 있다는 점.
혼밥하러 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혼자 와서 더 좋다”는 생각이 들 만큼 조용하고 편했어요.

그날따라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던 오후였는데,
문을 닫고 이 가게에 들어오는 순간
바람도, 복잡한 생각도 같이 문밖에 내려놓고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 메뉴 리뷰 – “국물만 잘하는 집 아니었어, 회심은 상상 이상이다”

🐟 고등어참깨소바 – “이 조합은 반칙 아닌가요? 고소+짭짤+기분 좋아짐”

처음에 이름만 보고는 “고등어를 차가운 소바에?” 싶었어요.
하지만 한 입 먹고는 눈동자가 사르르 흔들릴 정도로 맛의 균형감이 예술이었어요 😳

고등어는 초절임으로 살짝 숙성되어 짭짤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살아 있고,
그 아래엔 참깨를 볶아 직접 갈아 넣은 소스와 쯔유가 어우러져 있는데…
이게 그냥 고소한 정도가 아니라, 입안에서 ‘고등어의 짭짤함 ↔ 참깨의 고소함’이 파도처럼 왔다 갔다 해요.
소바 면은 쫄깃하고 탄력이 있어 차가운 상태에서도 식감이 살아 있고,
전체적으로 깔끔하면서도 절묘하게 중독적인 조합이었어요.

여름에도, 겨울에도, 바람 부는 날에도
한 그릇 먹으면 입보다 마음이 먼저 진정되는 맛을 가진 메뉴였습니다 🌿


🍣 누룩연어덮밥 – “부드러움의 끝은 누룩으로 완성된다”

이건 연어 덕후라면 그냥 패스 못 하는 메뉴예요.
일반 연어 덮밥처럼 생겼지만, 먹어보면 전혀 다른 길을 걷는 맛입니다.

누룩으로 숙성한 연어는 일반 연어보다 식감이 훨씬 부드럽고, 향이 깊어요.
입에 넣는 순간 느껴지는 건 연어의 기름진 풍미가 아니라,
살살 녹는 듯한 감칠맛과 은은한 누룩의 고소한 향기.

진짜 미묘한데 계속 생각나는 맛이에요.

밥 위에 얹힌 연어 사이사이에는
얇게 썬 무순, 미나리 같은 채소가 깔려 있어서 입 안이 느끼할 틈이 없고,
쯔유 간장의 감칠맛이 전체 밸런스를 잡아줘요 🍚🐟


🦪 게우초밥 – “이건 그냥 예술입니다. 감히 말해요”

이 초밥은 진짜...
솔직히 처음에는 약간 무서웠어요.

“참다랑어에... 전복 내장 크림을 얹는다고?”

근데 회심이니까 믿어보기로 했고,

결론은 정답이었습니다!

다진 참다랑어는 육즙처럼 스르르 녹아내리는 질감인데,
그 위에 얹힌 게우(전복 내장) 크림
묘하게 쌉싸름하고, 깊고, 고소하고, 생선의 감칠맛을 확 끌어올려줘요.

입에 넣는 순간,
"아 이거… 와사비, 간장 그런 소스의 세계랑은 다른 차원이다” 싶었어요.
게우의 풍미는 강하지만 밸런스가 완벽해서
한 점 먹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일종의 ‘한입 미식 체험’이랄까?

비교 불가.
그야말로 회심의 이름값을 보여주는 가장 ‘회심스러운 메뉴’였어요 🐟✨


💭 총평 – “회심, 국물집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인생 맛집으로 나오는 곳”

회심은 이름처럼,
입맛만 돌려주는 곳이 아니라 마음까지 돌려놓는 집이에요.

겉보기엔 소바와 우동 같은 익숙한 메뉴를 파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그릇 한 그릇 먹을수록
일본식 요리의 정성과 제주 재료의 감각이 정교하게 만나 있다는 걸 알게 돼요.

고등어와 참깨,
누룩과 연어,
전복 내장과 참다랑어…

누가 이런 조합을 이렇게 자연스럽고 맛있게 만들어냈을까요?

“이건 진짜 ‘생각하고 만든 음식’이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구요.

회심은 허기진 배를 채우러 들어갔다가,
생각 많은 마음까지 가라앉히고 나올 수 있는 아주 귀한 공간
이에요.

국물, 밥, 초밥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제주 여행 중 절대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진짜 ‘한 끼의 회심’이었습니다 😌🍜🍣


📌 기본정보

  • 상호명: 회심 (回心)
  •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아봉로 200 1층
  • 운영시간: 11:00 ~ 17:00 (매주 금요일 휴무)
  • 좌석정보: 바 좌석 및 테이블 소규모 운영 / 혼밥 가능
  • 주차: 가게 앞 소규모 / 인근 공영주차장 이용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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